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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통사고 형사처벌` 필요하긴 하지만… [펌]
d푸른하늘b
2009. 3. 3. 22:02
[기고] `교통사고 형사처벌` 필요하긴 하지만… | |||||||||
이날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히더라도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 잘못이 없다면 형사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제1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면책조항이 교통사고의 신속 처리와 같은 공익을 위해 피해자가 추구할 수 있는 사익을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실 교통사고로 신체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피해자 처지에서 보면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에서 제외되는 것은 형사 처벌에 대한 합의권 등 권리를 침해당하는 억울함이 있다. 그래서 이번 위헌 결정으로 그동안 경시되어온 피해자 측 권익이 제자리를 찾게 됐다. 과거에는 조사 없이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지던 교통사고 가해자 중 상당수가 조사 대상이 되고,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통해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규명해 줄 것이다.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해야 하며 이때 피해자는 보상으로 민사와는 별도로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위헌 결정은 기소가 안 되는 것을 믿고 함부로 운전하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올바른 운전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문화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도로에서 난폭운전자들을 만날 때마다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일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운전자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꼭 바람직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위헌 결정에 따르는 몇 가지 염려를 제기해 본다. 첫째,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상해에 대한 정의나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 자세한 정의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임에도 어떤 건은 형사 처벌을 받고, 어떤 건은 제외되는 등 형평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둘째, 형사 합의금을 마련하지 못해 실형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형사합의금은 민사에 비해 액수가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 측 요구를 맞춰주지 못하면 기소를 피할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셋째, 교통사고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가 나면 증거 보전 등을 위해 운행을 중지할 수밖에 없고, 정밀한 수사를 하다 보면 기간과 이에 수반하는 비용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넷째, 형사 처벌 여부를 놓고 사건마다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70% 대 30%인 쌍방 과실 사고에서 70% 과실이 인정된 운전자가 중상해를 입었을 때 30% 과실 운전자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 등 복잡한 문제가 예상된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선량한 운전자들이 한순간 실수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이번 위헌 결정을 악용하여 형사 합의금으로 턱없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더라도 기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호순 사건`과 같이 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부조리가 유발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일반인이나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과 관련해 혼선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개선 등 가능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보험범죄 증가 등 염려되는 나쁜 영향에 대해서도 미리 충분히 점검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의 높은 사고율, 우기기와 떼쓰기 등 잘못된 운전관행을 되돌아보고 좀 더 선진적이고 성숙한 교통문화를 가꿔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