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용어

세계 2위 자유무역지대 탄생…일자리 60만명 창출 기대

d푸른하늘b 2009. 7. 13. 11:31

세계 2위 자유무역지대 탄생…일자리 60만명 창출 기대

● 경제 효과
한국 GDP 2~3% 가량 오를 듯…무역흑자 최대 28억달러 늘어

한미 FTA와 비교하면
개방폭 크고 속도도 더 빨라…미국 FTA비준 자극제 역할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인 EU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 특히 ‘서비스 강국()’인 유럽의 기업들이 이번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낙후된 국내 서비스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내수시장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 영토’를 확장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한미 FTA처럼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국 사회가 이번 협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표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한국의 농업과 축산업은 이 분야 선진국인 유럽 생산품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처지다.


○ 한-EU GDP 19조3411억 달러

한-EU FTA가 성사됨에 따라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면서 인구가 5억 명에 이르는 EU를 유리한 위치에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기준으로 EU의 국내총생산(GDP)은 18조3941억 달러, 한국은 9470억 달러로 양측을 합치면 19조3411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0년 7월 발효된 EU-멕시코 FTA(19조4822억 달러)에 근소하게 뒤지지만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16조8637억 달러)보다는 큰 규모다. 멕시코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최근 4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한-EU FTA가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한-EU FTA가 한미 FTA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지만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며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27개 회원국과 동시에 FTA를 맺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EU는 27개 회원국별로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과 시장이 골고루 형성돼 있어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 한국 무역흑자 최대 28억 달러 늘 듯

한-EU FTA는 한미 FTA보다 개방 폭을 넓히면서 개방 속도는 단축시킨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EU는 협정 발효 후 3년 안에 전체 공산품 중 99%(품목 수 기준)의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한 반면 한미 FTA는 91% 수준에 머물렀다.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공산품 비율도 한미 FTA가 95.4%에 그쳤지만 한-EU는 원칙적으로 100%로 하되 일부 예외 품목을 두는 형태로 개방 폭을 넓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 2.02%(15조7000억 원), 장기적으로 3.08%(24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럽 서비스기업들의 직접투자가 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해 취업자가 30만1200∼59만7060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KIEP가 2007년 한미 FTA로 취업자가 5만7000∼34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양측 간 교역량이 늘면서 한국이 EU를 상대로 추가로 거둘 수 있는 무역수지 흑자도 1억3000만∼28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08년 한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가운데 교역규모는 중국(1683억 달러)에 이어 EU(984억 달러)가 일본(892억 달러) 미국(847억 달러)을 제치고 두 번째로 많다.

○ 한미 FTA의 지렛대 역할 주목

한국은 세계 양대 경제권인 EU 및 미국과 FTA를 맺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가 됐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자유무역 허브’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경제위기를 틈타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쌓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2007년 4월 타결 이후 2년 넘게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의 발효시기를 앞당기는 데도 한-EU FTA가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한-EU FTA는 이르면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발효시점이 한미 FTA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EU FTA가 한미 FTA 비준의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EU FTA의 긍정적 효과는 한미 FTA보다 큰 편이지만 농축산업의 경우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미 FTA보다 비준은 더 빠를듯

 

공식협상 8회 등 32차례 만나

한국과 유럽연합(EU)은 2007년 5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 뒤 2년 2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에 이르게 됐다. 이는 1년 4개월 만에 타결된 한미 FTA보다 약 10개월 더 걸린 것이다. 그동안 양측은 공식협상 8회, 통상장관회담 11회, 수석대표협의 13회 등을 열어 조금씩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한국 정부가 EU를 FTA 협상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정부는 2003년 8월 발표한 ‘FTA 추진 로드맵’에서 중장기적인 FTA 대상 국가로 미국, 중국, EU를 꼽았다. 하지만 당시 EU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EU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2006년 한미 FTA 협상이 열리면서부터였다. 양자간 협상에서 미국에 뒤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EU는 2006년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먼저 FTA를 제안했다.





2007년 5월 협상이 시작된 뒤 양측은 1년여 동안 서울과 벨기에 브뤼셀을 오가며 7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표준, 원산지 규정 등 핵심쟁점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 ‘이러다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7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결렬되면서 상황은 다시 변했다. 다자간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EU가 양자간 협상에서라도 성과를 내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EU는 올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한-EU FTA 타결을 선언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관세환급 문제가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다. 가공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수입원자재나 부품을 가공해 수출할 경우 관세를 돌려주는 관세환급 제도를 고수했지만 EU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 양측은 관세환급을 인정하되 보완장치를 두는 쪽으로 해법을 찾았다. 이달 7일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은 FTA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폴란드와 이탈리아 정상을 적극 설득하면서 EU 내부의 분위기를 한국에 유리하게 조성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협상을 파워게임으로 인식하고 밀어붙이던 미국에 비해 EU의 협상방식은 철저하게 논리적이어서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의외로 잘 통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