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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미래 예측? 제발 착각하지 말라 ! [탈레브의 블랙스완]
d푸른하늘b
2009. 10. 30. 23:23
[커버스토리] 데이터로 미래 예측? 제발 착각하지 말라 ! | ||||||||||||||||||
탈레브의 `블랙스완과 함께 살기` 사상과 철학 1000일 동안 먹이 받아먹고 안심한 칠면조, 1001일째 목 날아가는게 세상 4가지 방책 ① 모델보다 경험을 믿어라 ② 부정적 조언에 주목 ③ 과도한 낙관 경계해야 ④ 이기기보다 실수를 피해라 | ||||||||||||||||||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 교수는 그의 저작 `블랙 스완(Black Swanㆍ검은 백조)`의 요지를 간단한 우화로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블랙 스완`이란 서구인들이 18세기 호주에 진출했을 때 검은색 고니를 처음 발견한 사건에서 따온 은유적 표현이다. 흑고니의 발견으로 `백조가 희다`는 경험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탈레브 교수는 "블랙 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단한 파급 효과를 갖는 사건이다. 또 비록 사람들이 예상하지는 못했으나 나중에 그 사건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오만과 착각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에 갇혀 있는 손오공 신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금융위기 때 1만 년 만의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100년도 채 못 사는 인간이 1만 년 만의 위기라는 것을 어찌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들이 마치 1000일 동안 착각했던 칠면조처럼 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블랙 스완은 극단적인 사례를 일컫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전혀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엄청난 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도구를 잘못 선택해서 무엇이 닥치고 있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격이란 말이다. 탈레브 교수는 나무 바퀴와 인터넷 등의 사례를 들어 우리의 자만을 꾸짖었다. 바퀴는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 처음 나타난 중요한 발명이다. 바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실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킨 혁신 중 하나다. 그는 바퀴가 달린 여행용가방(carrier)을 제시하면서 "6000년 전부터 바퀴가 존재해 왔지만 이렇게 편리한 여행가방은 아주 최근에야 발명됐다. 이렇게 단순한 응용을 왜 수천 년 동안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이처럼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냉전이 정점에 달했던 시절)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모든 정부 예산을 삭감했지만 소련의 멸망에 집착한 나머지 국방비는 줄이지 않았다. 소련과 대적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한 것이 인터넷이다. 그러나 25년가량 지난 오늘날 러시아 사람들이 수다를 떨거나 데이트 상대를 찾는 도구로 유용하게 잘 활용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옛 소련을 무너뜨리려고 개발했는데 결국 자체의 생명력을 갖게 됐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이란 게 있다. 표본이 커지고 분산될수록 그 통계 결과는 대부분 유의미하고, 일부 예외적인 표본이 전체 결과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탈레브는 이런 세계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 우리 주변엔 이와 다른 `극단의 세계(extremistan)`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학에서는 대수의 법칙이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000명 표본을 구해서 이 중 최고 부자의 재산 규모를 알아보면 오히려 그를 뺀 이들이 가진 재산의 합계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경험을 살려 미국 출판계 사례도 더했다. 매년 100만권이 넘는 책이 나와도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극한의 값의 세계가 있고, 바로 블랙 스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처럼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들은 준비가 안 됐고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사건들이 세상을 이끌었음을 주지해야 한다. 탈레브 교수는 "데이터를 맹신하면 안 된다. 데이터란 것은 스스로 예측하지 못하는 법"이라며 "같은 현상이 일어나도 예상하지 못하는 칠면조 신세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탈레브 교수는 "현대 사회는 인터넷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두 가지 요소 때문에 리스크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여러 변수 간 상호의존성과 복잡성이 커지면서 블랙 스완 이벤트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변수의 극단값에 대응하려면 역사 경험이나 데이터 분석만 믿고 순진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블랙 스완의 시대에 살기 위한 방책으로 다음 4가지를 추려서 제시했다. 첫째 과거 역사나 데이터를 통한 `모델`보다는 경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을 믿고 자만하는 것은 위험하다. 데이터를 맹신하면서 생기는 오만은 결국 파멸을 낳는 법이다. 탈레브 교수는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델을 별로 믿지 않는다"며 "코끼리 조직을 연구해 보면 최고령 암컷에게 권위를 부여하듯 연장자 머릿속 경험을 중시해 인간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는데, 아시아 문화권에도 이와 유사한 전통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둘째, `무엇을 하라(Do)`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Do not)`는 부정적 조언(negative advice)을 명료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 `담배를 끊으라`는 말 한마디가 의료 기술 관련 데이터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 명쾌할수록 효과가 크다. 탈레브 교수는 "모세의 십계명도 대부분 부정적 조언으로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결코 빚을 지지 말라`는 것은 이슬람 문명이 중시하는 덕목이지만, 대공황을 겪은 우리 할머니 세대는 거듭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차입해(빚을 지고)서 투자해 차익을 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갔다. 셋째, 지나친 전문화는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도한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경제학 이론처럼 전문화되면 수익성이 높을지라도 그만큼 취약성에 대한 노출이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기업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4달러를 버는 곳과 보험에 가입하고 2달러만 버는 곳을 비교하자면 후자가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넷째, 이기려고 애쓰기보다는 실수를 피하는 게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한꺼번에 모두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실수 때 조금 잃더라도 성공하면 대박을 낼 수 있는 옵션성(Option)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탈레브 교수는 "체스경기를 잘 관찰해 보면 초보선수들은 이기려고 애쓰지만 노련한 고수들은 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실수만 피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일류보다 앞서가고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되면 블랙 스완이 닥쳤을 때 위험해질 수 있다. S&P500 상장 기업들 흥망성쇠를 보면 큰 기업들은 사라지지만 작은 기업들이 위기 때 더 잘 버티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He is…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 새벽 비행기로 한국에 처음 도착한 그는 오전 세션 패널로 참석한 직후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시차 때문에 생긴 두통을 호소했다. 답답한 인터뷰 룸보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해서 함께 호텔 정원으로 나갔을 때 그는 푸르른 잔디 옆에서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는 현재 뉴욕대학 폴리테크닉연구소 특훈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직접투자와 투자컨설팅을 하는 `유니버사인베스트먼츠`도 이끌고 있다. 레바논 혈통 그리스정교 가문 출신으로 프랑스시민권자인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파리대 학사와 와튼 MBA, 파리대학(Paris 9 Dauphine) 박사를 거쳐 월가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다. 투자은행에서 1987년 블랙 먼데이를 겪으면서 `블랙 스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생각을 체계화한 첫 번째 책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Fooled by Randomness)`를 2004년 출간했고, 2007년 `블랙 스완` 출간으로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번역돼 250만부가 팔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400만달러나 되는 인세를 미리 받은 다음 저작에서는 인류가 복잡한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왔는지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9년 다보스포럼에서도 빌 게이츠 등 명사들이 길게 줄을 서 그의 강연을 들으려고 몰려들었을 정도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학자다. 특히 어느 쪽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박식함을 과시하면서 신랄하고 통렬한 독설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탈레브 교수. 낮에는 눈동자에 핏발이 설 정도로 열정적인 강연을 하면서도 밤에는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 몽유병자처럼 호텔 바를 서성거렸다고 털어놨다.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버스토리] 10%는 상품옵션 90%는 국채에 투자하라 | |||||||||||||||||||||||||||
탈레브의 `블랙스완과 함께 살기` 사상과 철학 | |||||||||||||||||||||||||||
탈레브는 `부정적 조언(Negative Advise)`을 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할까요"라고 물으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한마디 조언이 "60년 동안 이러이러한 약을 찾아서 매일 복용하라"는 말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만약 `폐암`이라는 블랙 스완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습관 하나만으로 막을 수 있다면 그의 지적은 옳다. 그렇다면 그가 하지 말라는 재테크의 전략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현재 금융 전문가들이 대부분 권하고 있는 `중간값 위험도(median risk)` 투자를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다.(Do not go on `median risk investment`.) 투자에 위험(risk) 개념이 광범위하게 도입된 이후 극단적인 위험선호자(risk taker)나 반대로 극단적인 위험기피자(risk reverser)가 아니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중간 정도의 위험도에 맞춰 투자를 하곤 한다. 그러나 탈레브는 묻는다. "누가 그 위험이 `중간 정도(median)`라고 보장할 수 있나?"라고. 적어도 `블랙 스완`의 세계에선 절대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펀드 투자를 보자.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권하는 전형적인 `포트폴리오`는 위험분산이란 명목으로 어중간한 주식들을 모아놓은 경우가 많다. 인기가 높은 펀드도 주식편입 종목이 약간의 우량주와 약간의 중소형주를 모아 조합을 짓곤 한다. 평상시엔 이들이 `중간 정도`의 수익과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블랙 스완`이 돌아다니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탈레브가 말하는 `극단의 세계(Extremistan)`에서는 이런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 마리의 `블랙 스완`은 투자자의 운명 자체를 한순간에 바꿔 놓을 수도 있으니까. 그는 대신에 `바벨 전략`을 권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바벨 전략이란 `초보수적인 투자 대상과 초공격적인 투자 대상의 조합`이다.
이런 경우 지난해 말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블랙 스완`이 출몰하더라도 자산의 85~90%는 지키고 나머지만 잃으면 된다. 만약 `긍정적인 블랙 스완`이 올 경우 10~15%로 배분해뒀던 공격 상품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블랙 스완`이 돌아다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일까. 그에게 `당신은 여전히 부정적인(gloomy) 전망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한 술 더 뜬다. "나는 부정적이지 않고 크게 염려스럽다(I`m not gloomy. But `Mega Worry`)"는 대답이다.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해 염려스럽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더 형편없다(worse)고도 했다. 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개인의 부채를 사회적 부채로 이전시키며 더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자들의 부채를 부채질하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IB)들이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채를 늘리는 이런 행태를 `월스트리트의 병(Disease)`으로 표현했다. 그는 "(블랙 스완이 나타나는 시대에서는) 높은 부채는 곧 높은 위험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비해 개인 부채가 적어 부럽다고 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는 훨씬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탈레브는 세계적으로 증폭되고 있는 빚더미가 새로운 블랙 스완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독설가 탈레브의 말ㆍ말ㆍ말
그는 "G20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서머스(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가 금융위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을지나 모르겠다. 다른 나라 정상도 다들 비슷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의 냉소에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 국민은 참 행복하다. (미국 FRB 의장인) 버냉키가 없으니"라든가, "오바마가 상황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저명한 경제학자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그의 조롱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는 "저명하다는 경제학자들은 말할 때는 똑똑해(smart) 보이지만 대부분 틀린다"고 말했다. 그에게 경제 전망을 묻자 "경제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전망을 한다. 난 틀린 전망을 하기도 싫고 전망을 한다고 돈 주는 사람도 없으니 안 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도 단골 비아냥 대상이다. 그는 인터뷰 직전 참석했던 세션에서 IMF의 한 전문가가 2010년, 2011년, 2012년 경제전망을 했다면서 "2007년에 2009년을 전망했던 내용이 완전히 틀려버렸는데도 또 내년, 내후년을 거론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말이 맞는 것을 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가 대형 투자은행이나 혹은 초특급 트레이더 등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출신이 아니어서 냉소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김선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끝나지 않은 `블랙 스완` 어떻게 투자할까 | |||||||||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큰 위기) 저자 탈레브 교수의 메시지 | |||||||||
"아니요. 제 시각은 단순히 어둡지(gloomy) 않습니다. 엄청 마음 졸이고(Mega Worry) 지켜보고 있습니다." `블랙 스완(Black Swanㆍ검은 백조)`의 저자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Nassim Ncholas Taleb)가 최근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10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전한 메시지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며 일약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현자`로 떠오른 그는 아주 냉소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글로벌 투자은행(IB), 저명한 경제학자들까지도 모두 그의 비웃음 대상이 됐다. 빚이 많아 터진 금융위기를 빚을 더 늘려 막고 있는 정부, 2007년에 완전히 틀렸던 경제 전망을 2009년에 똑같은 방식으로 또 발표하는 학자들, 전혀 책임지지 않으면서 고객에겐 투자를 권하는 금융사들…. 그의 신랄한 비판은 유쾌하면서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저명하신 경제학자님이 틀린 얘기를 열심히 떠드는 동안 그의 셔츠에 쥐나 한 마리 넣어주고 싶었다"는 식이다. 이런 독설을 과연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을까. 단순히 그가 금융위기를 예측했다는 사실 말고도 그의 `바벨 전략`이나 `극단의 세계(Extremistan)` 얘기는 의미가 있다. 이익만 보고 좇아가기 바쁜 투자자들에게 주변을 한 번 둘러봐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켰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투자하려면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자산 운용의 고수들에게 그의 전략에 대한 `해석`을 부탁했다. "`검은 백조`는 안 나타나면 좋겠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김선걸 기자 /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버스토리] 바벨전략 한국에도 유효할까 | |||||||||
비관적인 전망땐 맞지만 지금은 위험 감수하더라도 성장성에 투자할 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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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에서 제시한 `바벨 전략`이 한국에도 유효할까.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은 그의 조언을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 탈레브와 맞먹을 만한 국내 고수를 찾아봤다. 현장에서 직접 10여 년 넘게 주식을 운용한 경험이 있고 투자 분야에서 최고수로 꼽히는 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GI) 자산운용 대표, 황성택 트러스톤 자산운용 대표,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문사 사장이 그들이다. 일단 `바벨 전략`에 대해선 최근과 같은 시대에 분명히 참고할 만한 조언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 대표는 "올해 증시의 경우 상반기에 상승이 가팔랐지만 3분기에는 예상 외로 저조해졌다"면서 "바벨 전략을 썼다면 3분기에 양호한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장에 몰입해 있으면 실제 위험을 잊어버리고 단기적 성과만 따라가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탈레브 조언이 좋은 보약이 된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를 `크게 염려하고 있다`는 탈레브 전망에 대해서 이 대표는 "사실 현재 채권시장의 상태도 미국 정부의 무제한적인 채권 매입 능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므로 건전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공감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지금이 바벨 전략을 써야 할 때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많았다. 황 대표는 "향후 몇 년간은 보수적인 바벨 전략보다 위험성 자산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탈레브와 달리 앞으로 몇 년간 시장을 좋게 보기 때문에 탈레브가 얘기한 대로 90%가량을 투자할 국채수익률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짜리 국채가 현재 연 수익률 5.2% 정도 나오는데 세금 떼고 4.5% 수준의 수익률에 향후 몇 년간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익명의 투자자문사 사장도 "미국 투자자들의 경우 탈레브 얘기가 맞겠지만 아시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관심을 늘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성장에 투자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탈레브의 바벨 전략을 따른다면 10~15%를 투자할 `초공격적 투자자산`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황 대표와 이 대표는 공교롭게도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것은 바로 `상품선물`과 `옵션` 상품이었다. 한국의 고수들은 자국 대통령과 중앙은행 총재에게 냉소와 독설을 뿌려대는 탈레브 주장에 대해 "맞는 얘기긴 하지만 오바마나 버냉키는 정책 입안자로서 불가피한 선택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질 필요가 없는 논객의 주장과 정책 당국자의 결정은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그의 조언대로 투자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까. 이원일 대표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조언"이라면서 "한국 투자자에게 상품선물을 15% 운용하고 국채에 85%를 투자하라는 식의 조언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