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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교수 타개

d푸른하늘b 2009. 12. 17. 10:03

폴 새뮤얼슨 교수, 한국인에 선물한 마지막 조언

`ybm english` 칼럼서 20년간 소중한 조언
"美ㆍ中 요구에 협력하되 맹종 말라" 2009년 12월
"금융위기에 실질임금 하락도 감수" 2008년 8월
"美 경기침체땐 한국 내수 확대하라" 2008년 3월

 

지난 13일 작고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한국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 조언을 했다. 매일경제신문 12월 1일자 칼럼과 YBM시사에서 발간하는 `ybm english`(옛 시사영어연구) 12월호를 통해서다. 그는 프랑스어로 `다시 만나자(Au Revior)`라는 제목의 특별기고에서 `중용`(Golden Mean)을 강조했다.

새뮤얼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협력은 하되 맹종은 하지 마십시오. 선량한 사회가 지향하는 바는 우호적인 이웃입니다. 세계 60억명 이상의 인구를 통합할 수 있는 것은 스탈린 주의나 마오쩌둥 주의가 아니라 중도주의밖에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뮤얼슨 교수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그는 시사영어연구를 통해 매월 한국인 독자들과 20년간 대화해왔다. 새뮤얼슨 원고를 20년 동안 받아온 민선식 YBM시사 사장은 "새뮤얼슨 교수가 한 잡지에 20년간 원고를 보낸 것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새뮤얼슨 교수는 한국인들을 늘 칭찬했고, 한국경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새뮤얼슨 교수는 이론을 위해 실험실에 틀어박힌 학자가 아니었다. 현실에 철저히 뿌리를 둔, 그러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경제학자였다. 그의 경제학이 마치 무균실과 같은 경제상황을 가정하는 밀턴 프리드먼과 충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도라면 그 이름을 듣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지만 새뮤얼슨의 이론적 기여를 아는 이는 상대적으로 적다. `코즈의 정리`, `필립스 곡선`은 알아도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회자되지 않는다. 신고전학파(Neo Classical) 경제학자라는 점을 빼고 94년 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할 경제학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남긴 조언들은 금과옥조였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는 20년에 걸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조언을 했다. YBM시사는 1989~1992년의 칼럼을 모아 `새뮤얼슨이 본 한국경제`라는 책으로 출간했으며 이후 조언들을 모아 곧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매일경제신문은 YBM시사의 도움으로 그동안 새뮤얼슨 교수가 한국에 남긴 조언들을 살펴봤다.

그가 우려했던 것은 한국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한국은 경기침체 때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아시아의 실질임금은 상승만 해 왔지만 경제학에서는 어떤 법칙도 일정 방향을 가리킨다고 기대할 수 없다"(2003년 6월)고 했다. 경기 침체 시기에 실질소득 감소 등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근로자 임금 상승을 억제해 좋은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의 패배가 아니다"(2008년 8월)고 밝혔다. 현대차가 도요타 프리우스 가격의 50% 수준에 하이브리드 카를 만든다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은 경기침체를 이기기 위해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찍이 제기했다.

한국 관료들이 수출 확대를 위한 원화 약세를 주장하고 있던 2007년 3월 그는 이미 "한국경제에 가장 좋은 것은 수출 주도 성장 의존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라고 썼다. 2008년 3월에는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한국은 내수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전 세계가 금리인하, 재정확대를 할 때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는 정치의 시녀일 뿐"이라고 생각해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 관료들에게 "정신차려라"며 충고도 잊지 않았다. "경제는 참을성이 없어 정치의 시중을 들려 하지 않는다. 정치협상자와 유권자들이 논쟁하는 한밤 중에도 이윤을 추구하고 원가를 줄이려는 경제논리는 태평양 국제무역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1989년 11월)

이론가는 공식을 남긴다. 그래서 사라져도 그립지 않다. 새뮤얼슨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더 이상 그에게서 어떤 말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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