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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 3
d푸른하늘b
2010. 4. 9. 18:23
수확량 땅의 100배…식물공장서 미래 먹을거리 해결 | ||||||||||||||||||||||||||||||||||||
◆ 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③ 일본의 희망 `식물공장` ◆
◆ 日 50여개 공장 2013년 150개로 증설 / 정부 투자비 50% 지원…상용화 눈앞
공장 내부에 들어가는 절차가 마치 반도체공장과 비슷하다. 방진복을 입고 먼지를 떨어내는 에어샤워를 거친 뒤에야 접근이 가능했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선반에 층층이 쌓아져 재배되고 있는 각종 식물을 LED조명이 강하게 비추고 있다. ESPEC사의 가네가에 슈지 부장은 "빨간빛의 LED는 성장을 촉진하고, 파란빛의 LED는 질감을 단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자란 야채가 노지에서 재배된 야채보다 더 빨리 자라고 더 아삭아삭한 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LED 조명 때문이란다. 그는 "식물공장 내부의 인공 광원(光源)은 자연적인 빛으로는 내기 어려운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양상추의 일종으로 일본인이 즐겨 먹는 사라다나의 경우 노지에서 키우려면 100일 가까이 걸리지만 이곳에서는 30일이면 충분하다. 씨앗부터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싹이 난 상태에서 기르는 데다 성장 속도 자체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선반을 8~10단으로 쌓아 키우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노지재배에 비해 최대 10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가네가에 부장은 설명했다. 식물공장이 세계에서 가장 일찍 일본에서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덕택이다. 설비 투자비를 감안하면 식물공장에서 야채를 키워 시중 가격으로 내다 팔아서는 아직 시장성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일본 전역에 식물공장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시설 투자비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식물공장 재배 품목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각종 식물공장 관련 포럼을 주도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최고의 식물공장 전문가인 다카쓰지 마사모토 일본 식물공장농상공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식물공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900억원가량의 식물공장 지원 예산을 편성해 놓은 일본 정부는 3년 뒤에는 식물공장을 약 150곳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식물공장농상공전문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100g짜리 양상추 한 포기 기준으로 식물공장 생산비용은 토지 임차료를 제외하고 약 140엔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설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40%)와 전기요금(25%)이다. 이익을 내려면 적어도 시중에서 200엔 이상에 팔려야 하지만 현재 판매가는 170엔 전후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2013년께 생산원가가 지금에 비해 30% 정도 떨어지고 2015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에서 식물공장 양상추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 에서 2020년 3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재배품목도 엽채류 중심에서 토마토, 딸기, 멜론 등 과채류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 다카쓰지 마사모토 日식물공장농상공전문위원장 "한국, 전기료 싸 식물공장에 안성맞춤"
다카쓰지 마사모토 일본 식물공장농상공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으면서도 야채 소비량은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회는 정부 산하 사회개발연구센터 소속으로 일본 전역의 식물공장 사업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식물공장 투자와 운영을 위한 각종 정보 제공과 교류 역할을 하고 있다. 다카쓰지 위원장은 "특히 한국은 식물공장 생산비용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서 아직까지 식물공장 재배 농산물을 상용화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을 꼽았다. 다카쓰지 위원장은 "소비자들이 땅과 태양을 이용해 재배한 식물이 몸에 더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식물공장에서는 최적의 재배조건에서 키우기 때문에 맛과 영양분 모두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일본 식물공장 업체들이 아직 슈퍼마켓이나 할인점보다 외식업체 판매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쓰지 위원장은 "식물공장 재배품이 아직 일반 상점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지만 전문 레스토랑에는 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주도로 식물공장 재배의 장점 홍보가 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일반 상점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식물공장 생산시스템의 표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카쓰지 위원장은 "표준화만 이뤄지면 다양한 공간을 식물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폐공장 등 버려진 공간을 식물공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뉴질랜드 농업 위기보조금 끊어 이겨내 / 농민들 품질 경쟁…글로벌 브랜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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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이던 뉴질랜드는 60~70년대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고 오일쇼크까지 겹치며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양과 소 마릿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자 농민들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사육량을 늘렸고 값은 떨어졌다. 정부는 가축을 수매하는 데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농업개혁 이전 뉴질랜드는 시장 개방을 이유로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한국과 닮았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1984년 농업 분야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과감히 철폐하는 대대적인 개혁으로 다시 태어났다. 방만한 정부 조직에도 칼을 댔다. 농업 공무원 수는 10년 만에 40% 줄었고 남은 직원 중 40%가 수출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 수백 개 농가가 파산을 신청하는 등 진통도 없지 않았다. 전체 농민 중 3분의 1이 국회 앞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개혁 시행 이후 3년간 농촌 경제는 일시적으로 악화됐다. 하지만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는 전체 중 1%에도 미치지 않았고 농민들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생산량만 늘리던 농민들이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양과 소가 중심이던 생산구조도 낙농, 원예, 화훼, 과수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과정에서 뉴질랜드 키위는 세계시장 점유율 25%로 1위에 올라서게 됐다. 뉴질랜드 키위 농가는 농업보조금 철폐 이후 단일화한 브랜드와 유통 채널만이 살길임을 깨닫고 통합 브랜드 `제스프리`를 탄생시켰다. 제스프리는 연 매출 1조원대 품목 조합으로 성장했다. 현재 제주도 150여 농가가 골드키위를 재배해 제스프리에 납품할 정도로 글로벌 공급망을 갖췄다. 2001년 1만1000여 낙농 농가가 뭉쳐 만든 폰테라는 매년 우유 140억ℓ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낙농제품 수출기업이 됐다. 지난해 매출은 13조원에 달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2년 농업 부문 총소득이 240억 뉴질랜드달러(약 19조4000억원)에 달해 2008년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취재팀 : 도쿄 = 정혁훈 차장 / 와게닝겐ㆍ엔크하위젠(네덜란드) = 김인수 기자 /신헌철 기자 /최승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