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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나누는 `경제적 기사도`로 위기극복하라

d푸른하늘b 2009. 2. 10. 10:14

고통 나누는 `경제적 기사도`로 위기극복하라
정부, 사회안전망 구축해 서민경제 부담 덜어줘야

◆ 경제학의 도전과 응전 / ② 앨프리드 마셜의 교훈 ◆

`경제학자는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앨프리드 마셜의 명언이다. 마셜은 냉철한 판단력으로 합리적인 이론을 전개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은 항상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노동자나 중산층과 같은 현실 세계의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은 경제학을 더 발전시켰다.

◆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두뇌를 가진 경제학자

= 노조에 대한 태도는 마셜의 경제학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마셜은 영국 케임브리지 인근 노조 지도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가졌고 노조 집회에도 수시로 참석했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의 그늘 속에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노조의 집단주의나 과격한 행동 등에 대해서는 항상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아니 경제학자로서는 오히려 노조를 비판하는 쪽에 가까웠다. 따뜻한 감성을 지녔지만 이론적으로는 냉철함을 유지했던 것이다.

◆ 경제적 기사도를 살려라

= 경제적 기사도(Economic Chivalry)를 중시했던 마셜의 조언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상기해볼 만하다.

마셜의 경제적 기사도 개념은 빈민에 대한 소득의 재분배만을 요구하는 좌파 경제학자와 경제적 지원에 대한 내용을 무시하는 듯한 우파 경제학자 사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제적 기사도는 `돈`과 함께 `도덕 감정`을 공통으로 중시한다. 경제적 파이를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시장, 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부유층이 좀 더 절제와 신중함을 보여줄 것을 마셜은 요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 상황에서 마셜의 제언은 위기 극복을 위해 극단적인 이기심을 버리고 기업과 노동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화합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준다.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기사도 정신이 경제 살리기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잡 셰어링 운동`과 같은 노사간 합의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마셜은 정부도 경제적인 기사도를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본적인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해 서민층의 경제난을 경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해답 스스로 찾아 나선 경제학자

= 마셜은 경제의 해법을 찾으러 부단히 노력한 학자였다. 또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섰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해답이 정책적으로 채택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의회로 나가 직접 자신의 이론을 피력해 설득하려 했다. 마셜의 경제이론을 지금 글로벌 위기 상황에 맞춰 조언한다면 `위기에 고통을 받는 사람을 위해서 경제학자는 자신이 가진 지식을 최대한 쏟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상아탑 속에만 묻혀 있기보다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마셜이지만 경제 이론에 대해서는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는 인내심도 보여줬다. 자신의 어떤 아이디어라고 해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는 수용하지 않았고, 다른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도 세심한 검토 없이 물리치지 않았다.



■ Alfred Marshall (1842년~1924년)

1842년 영국 버몬지에서 태어난 마셜은 고전학파와 한계효용이론을 결합해 신고전학파(케임브리지학파) 경제학을 정립했다.

1903년에는 마셜의 집요한 노력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독립된 경제학과가 개설되기도 했다. 1890년에 초판이 발간된 마셜의 `경제학 원리`(Principle of Economics)는 현대 미시경제학을 집대성한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늘날 미시경제학 책의 대부분도 마셜의 책에 기초를 두고 있다. 마셜의 이론은 A C 피구, D H 로버트슨 등 후계자들의 연구와 함께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마셜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케인스를 직접 가르친 스승이다.

케인스는 마셜에게서 영향을 받았지만 대공황을 맞이하면서 공급 중시의 고전주의 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수요 중심의 경제학으로 방향을 바꿨다. 후에 케인스는 "대경제학자라면 마셜처럼 수학자이며 사학자이며 정치가에 철학자여야 한다"고 마셜을 극찬했다.

<말ㆍ말ㆍ말>

■경제학자는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경제학은 부의 연구임과 동시에 인간 연구의 일부다.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나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헌신해 왔다. 내 업적 중 가난 문제와 무관한 것은 거의 없다.

<도움말=김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특별취재팀=허연 차장 / 김태근 기자 / 박만원 기자 / 유용하 기자 / 한예경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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