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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글

d푸른하늘b 2009. 8. 8. 23:12

나는 지금 네 아버지로서 이 글을 쓰고있단다.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결코 아버지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지 못할 거야.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장에 고동치는 사랑을 너는
절대로 알 수 없겠지. 아들 앞에선 세상을 호령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너는 결코 알지 못할 게다. 그리고 아들 앞에
떳떳한 자랑스러운 남자가 될 수 없을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린지도 너는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네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렴.  그래, 넌 날 이 험한 세상에
홀로 던져놓고 뒷짐 지고 돌아선 사람으로, 널 손 안에 가두고
제 바람대로 주무르려 했던 이기적인 사람으로 기억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렴. 난 내 가슴속에서 널 한번도
놓아본 적이 없단다.

 남자가 되는 건 커다란 특권이자 또한 커다란 짐이기도 하단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끈에는 핏줄 이상의 무언가가 있지.
하지만 그게 뭔지는 딱 꼬집어 얘기할 순 없어. 아마도 남자다움,
자존심,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묵직한 책임감... 이런것들이
아닐까?
 그래, 남자가 된다는 것을 어떻게 세치 혀로 이루 다 형용할 수
있으랴. 요즘 같은 현란한 속도와 앞뒤 바뀐 혼란의 시대, 우리네
삶은 사소한 일상들에, 하잘것없는 먼지들 속에 켜켜이 묻혀 밭은
숨으로 신음하고, 삶을 노래하고 신을 찬양해야 할 영혼마져 하루하루
생활에 대한 근심으로 침묵할 뿐.  우리의 심장에서 고동치는 노래,
남자가 되고자 하는 자들의 입술에 불리는 그 노래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 우리는 믿음도 없이 충고만 가득차 있을 뿐이야.

 그래서 아버지는 네게 내 진심을 열어 보이고 싶구나. 내게도
해답은 없어. 하지만 네가 나에게 무엇을 물으려는지는 잘 안단다.
네가 세상과 맞서 싸우고, 진실을 발견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모습을 아버지는 다 눈여겨 보고 있단다. 네
빛나는 눈동자 안에, 네가 커가는 모습속에 항상 이 아버지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지.  얘야, 아버지는 감히 말하고 싶구나. 네
영혼 깊은 곳에, 아버지는 항상 그곳에 너와 같이 있었다고.

 나도 너처럼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 걸음마를 배웠고,
달리는 것을 배웠고, 넘어지는 것을 배웠단다. 아버지 한테도
첫사랑이 있었지.  두려움이 뭔지, 분노가 뭔지, 슬픔이 뭔지도
맛보았다. 더 이상 다시는 숨쉴수 없을 것처럼 가슴이 산산이
부서져내린 적도 있었고, 신께서 내 어깨를 붙들고 일으키시어
반석위에 세워주신 적도 있었지. 비통의 눈물도 흘려보았고,
기쁨의 눈물도 닦아보았다.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것만 같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숨죽여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 춤추고 노래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미친놈처럼 껴안고 입 맞추던 환희의 순간도
맛보았고 말이다.
 끝 간 데 없는 우주의 신비 앞에 먼지와도 같은 자신의 모습에
한없는 허무를 느꼈고, 먼지보다 사소한 이유로 불같이 분노
하기도 했단다.  제 몸 하나 가눌 힘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등에 업은 적도 있었고, 길가에 앉아 도움의 손길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매정히 스쳐지나간 적도 있었지.
 세상 누구보다 많은 일을 이루었다 뿌듯해한 적도 있었고,
사기꾼이요 패배자가 된 것만 같은 절망감에 고개를 떨구었던
때도 있었단다. 위대한 이상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는가 하면,
비정한 칠흙의 어둠 속으로 제 몸을 던진 적도 있었다.

 그래, 나도 너와 똑같은 하나의 인간인 거야.
 이제 네 앞에는 네가 밟아나가야 할 세상이 펼쳐져 있고, 네가
겪어나가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지. 하지만 그거아니? 내 앞에
떠올랐던 바로 그 태양이 똑같이 네 앞에도 떠오를 테고, 내 삶을
돌고 돈 똑같은 계절들이 네 삶을 거쳐갈거란 걸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다르겠지만, 항상 같은 인간일 게다.

 아버지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남김없이 탈탈 털어
모두 네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란다. 네가 훗날 이 교훈을 너의
아들에게 다시 물려줄 수 있도록. 너를 또 다른 나로 만들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단다. 네가 너만의 모습으로, 너다운 모습으로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아버지의 가장 큰 기쁨이니까.

 하지만 시간은 진실의 베일을 벗길테고, 이 진실은 우리 두
사람을 뛰어넘는 훨씬 더 위대한 존재란다. 네가 살아가는 동안
네 곁에서 함께 걸으며 그 진실을 네게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이 아버지는 신이 주신 소임을 다한 것이겠지.

 네 아버지가 된 것은 내가 받은 모든 명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예란다. 네 아버지가 되었기에 나는 순간의 신비를 맛볼 수
있었고, 내 가슴속에 형체없이 이름뿐이던 사랑이 육신을 입고
너와 함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신께서 내게 단
한 가지 소망만을 허락하신다 해도, 네 곁에 항상 이 아버지의
사랑이 함께하게 해달란 바람뿐이란다. 인생에서 그보다
소중하고 위대한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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