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커스 "한국, 더이상 공격적 재정확대 곤란" | ||||||||||||||||||||||||||
"경제학은 끝나지 않았다 불황경제학 시대가 도래했을 뿐" 세계경제 진로 아직 불확실 최악 상황 지났다고 단정못해저 출산으로 한국 잠재력 줄어…北 저임금 노동력 활용해야 | ||||||||||||||||||||||||||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경제학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불황 경제학(Economics of Depression) 시대가 도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능 축소와 시장의 자유방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신고전파 경제학을 이끌고 있는 루커스 교수가 최근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실패로 인해 초래됐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내놓은 반박이다. 지난 14일 미국 시카고대 출신 제자들 초대로 방한한 그는 서정희 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과 이지순 김세직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한ㆍ중ㆍ일 이코노미스트 10명이 참석한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시장 기능과 민간 주체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중시하는 경제학 역할이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루커스 교수는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몰락과 같은 갑작스러운 금융 자산가치 급락은 경제학자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금융시장 붕괴 타이밍 등을 점치는 것이 경제학 모델의 목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하기 이전까지 경기 침체는 2차 대전 이후 다른 경기 침체기와 비슷했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어 간다는 사실은 경제학자들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예상됐지만 이는 리먼 사태와 같은 급격한 금융자산 하락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는 장기 추세적으로 볼 때 연간 3% 정도 경제성장률과 2% 정도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며 대공황, 세계대전 등 몇 차례 상황에서 이 추세를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추세를 이탈할 조짐이 보인 것은 이미 경제학적으로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세계 경제 진로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것이 현재 불확실하다"며 "최악 상황이 지났다고들 하지만 1930년 대공황 때 실업률이 30%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위기가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루커스 교수는 그러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부실자산구제계획(TARF) 등 금융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버냉키 의장을 중심으로 미국 FRB와 재무부가 신속하게 취한 정책들이 위축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이 같은 정책들이 부분적으로라도 소비자의 지출 기피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막아내는 데 큰 몫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루커스 교수는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이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다는 뉴스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 기능은 주변적(fringe)인 것에 불과하며 결국은 민간에서 새로운 동력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일시적인 진통제 처방에 그쳐야 하며 지나친 재정지출 확대는 결국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져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루커스 교수의 이 같은 인식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또 다른 축에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를 떠받치는 과정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국들에 축적된 막대한 외환보유액 사이에서 발생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그는 특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위기에서 탈피할 수 없고 문제는 민간에서 얼마나 자생적인 복원력을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 정부가 (경기를 침체에서 회복으로 몰고가는)기적을 일으켰다면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모든 대통령이 마찬가지로 기적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오히려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빌미로 정부 부채가 늘어나게 되면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라며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 중단이 늦어질수록 정부 부채에서 탈피(exit)하는 것은 더 늦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루커스 교수 부인이자 저명한 경제학자인 낸시 스토키 교수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는 모든 일이 자신이 한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오히려 경제에 해악을 주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써야 할 시점에 도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출구전략을 쓰려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미국 물가상승률이 1~2% 수준에 못 미치고 있어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다"며 "금융위기 상황에서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경제를 불황에서 탈출시키는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루커스 교수는 "중국 소비나 소득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중국 경제 성장만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리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경제 대국들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커스 교수는 또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경제 잠재력이 줄어들 염려가 있다"며 "폴란드나 또는 미국과 멕시코 등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정희 금융부장 / 이근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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