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유언장 공개…`출판물 더이상 출간말라` 확인 | |||||||||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 수행에 매진하라" 맑고향기롭게 "스님 글 읽을 방법 마련하겠다" | |||||||||
절판 뜻은 유산에 대한 유언이 담긴 유언장 `남기는 말` 두 번째 항목에 수록됐다. 유언장은 법정 스님 유언 집행인인 김금선 씨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낭독했다. 김씨는 법정 스님과 전남대 상과대에서 동문수학한 고향 지인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그동안 풀어 놓은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 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유언장에 적시했다. 또 모두 성불하라는 말로 첫 번째 유언장을 마쳤다. 두 번째 유언장은 제자들에게 남기는 말을 담았다. 스님은 "괴팍한 내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러보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 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절판 유언에 대해 법정 스님이 생전 이사장을 역임했던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는 이날 길상사에서 견해를 밝혔다. 윤청광 이사는 "이날 오후 2시 긴급이사회를 열고 결의했다"며 "출판사에 스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실 것을 정중히 간절히 부탁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자들에 대해 "스님 책이 품절되는 상황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독자들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누구든 언제든 스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언장 2장은 모두 2010년 2월 24일자로 서명됐으며 공증을 받았다. `맑고향기롭게` 이사이자 아나운서 출신인 이계진 의원은 이날 법정 스님 유언 두 가지를 다시 한 번 낭독하기도 했다. ■ 법정스님 유언장 전문 ◆ 남기는 말 1.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사)맑고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3.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2010년 2월 24일 법정 속명 박재철 ◆ 상좌들 보아라 1.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주면 고맙겠다. 모두들 스스로 깨닫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거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기 바란다. 2. 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3. 덕인, 덕문, 덕현, 덕운, 덕진과 덕일은 덕조가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수행을 마칠 때까지는 물론 그 후에도 신의와 예의로 서로 존중하고 합심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을 이루고 수행하기 바란다. 4. 덕진은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면 고맙겠다. 5.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2010년 2월 24일 법정 박재철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3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