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 2

d푸른하늘b 2010. 4. 7. 11:37

세계최대 `와게닝겐 푸드밸리` 컨버전스 농업 메카로
1200개기업, 대학ㆍ연구소 성과 사업화 … 한해 460억달러 매출

◆ 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 ② 네덜란드 농식품 클러스터 ◆

네덜란드 와게닝겐 UR(University & Research center)는 유럽 최고 농업 분야 연구개발(R&D)ㆍ교육 기관이다. 네덜란드 첨단 농업에 지식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와게닝겐 UR는 국립 연구기관인 DLO와 국립대학인 와게닝겐대학이 1997년 통합돼 설립됐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농촌진흥청과 서울 농업생명과학대가 통합된 격이다.

서로 다른 두 기관을 합쳤지만 성과는 훌륭했다. 얀 퐁거스 와게닝겐 UR 아시아 데스크는 "DLO는 응용연구, 대학은 기초연구에 집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서 파견돼 와게닝겐 UR에 근무하는 신학기 박사도 같은 결론이었다.

"이곳 강점은 다양한 연구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죠. 같은 건물 안에서 교수와 DLO 연구원들이 섞여 일해요. 누가 교수인지, 누가 연구원인지 구분을 못해요. 교수들이 가끔 강의동으로 옮겨서 강의를 한다는 것만 다르죠."

대학 교수와 DLO 연구원들이 친정을 따지며 반목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퐁거스 데스크는 "DLO는 대학의 강력한 기초연구 덕분에 더욱 강력하게 고객을 위한 전략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으며 대학의 기초연구 역시 DLO의 강력한 응용연구를 바탕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와게닝겐 UR의 혁신 능력은 발표 논문 수에서도 도드라진다.

톰슨 로이터가 1998~2008년 주요 저널을 조사한 결과 세계 주요 농업 연구기관 가운데 와게닝겐 UR는 논문 수와 인용 횟수에서 2위를 차지했다.

대학이 보유한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은 세계 주요 농식품 기업을 와게닝겐 UR로 불러들였다. 기업들은 와게닝겐 UR 연구개발 능력을 활용해 유럽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에는 와게닝겐 UR의 고객 맞춤형 연구도 한몫했다. 4억7400만달러에 이르는 DLO 연구비는 프로젝트 수주로 전액 조달하기 때문에 와게닝겐 UR는 고객인 기업의 연구개발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 와게닝겐 UR 근처에 모인 기업은 1200여 개. 유니레버 등 유럽 회사는 물론 하인즈 등 미국 기업, 일본수산 등 아시아 기업까지 찾아왔다. 기업들이 모여드니 연구소도 늘어나 기업체 부설까지 포함하면 70여 개에 이른다. 식품 클러스터는 어느새 `푸드 밸리(Food Valley)`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직간접으로 관련된 산업이 창출하는 매출액만 460억달러로 추산된다.

최근 푸드 밸리에는 전통 농식품 기업 외에도 전자ㆍ정보통신ㆍ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어느새 정보통신 기업 비중이 3%까지 늘어났다. 이는 현대 농식품산업이 1ㆍ2ㆍ3차 산업이 융합되는 첨단 컨버전스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 라이트와 필립스전자가 그 같은 사례다. 클린 라이트는 자외선을 이용해 해충을 죽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인근에 입주한 필립스전자가 보유한 자외선ㆍ로봇 기술을 활용해 기술 실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클린 라이트와 필립스전자간 협력 관계는 푸드 밸리가 서로에게 열린 `지식 생태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각자 보유한 지식을 남에게 숨기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 상호 윈-윈한다. 푸드 밸리 내 민간 연구소인 NIZO의 핸드릭 프린스 매니저는 "네덜란드 R&D 문화의 최대 강점이 오픈 마인드"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이 같은 오픈 마인드는 상호 신뢰와 철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바탕으로 한다.

푸드 밸리 재단이 운영하는 `이노베이션 링크(Innovation Link)`는 열린 지식 생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은 어려운 연구개발 문제에 직면하면 이노베이션 링크에 문제를 올린다. 푸드 밸리 재단은 이 문제를 NIZO 등 12개 주요 연구소ㆍ대학 등 지식 공급기관에 보낸다. 이처럼 푸드 밸리 내 연구소ㆍ기업ㆍ대학은 각자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다. 푸드 밸리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클러스터로 성장한 핵심 배경이다.

[기획취재팀=도쿄 = 정혁훈 차장 / 와게닝겐ㆍ엔크하위젠(네덜란드) = 김인수 기자 / 신헌철 기자 / 최승진 기자]
"클러스터 글로벌화로 국내 부족한 지식 습득"
로저 반 호셀 푸드밸리재단 이사

◆ 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 ② 네덜란드 농식품 클러스터 ◆

푸드 밸리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농식품 클러스터지만 푸드 밸리 안에서도 창조할 수 없는 지식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외부 힘을 빌려야 한다.

"네덜란드 내 지식 네트워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푸드 밸리는 외국 클러스터와도 네트워크를 맺고 있어요."

푸드 밸리 입주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푸드밸리재단` 로저 반 호셀 이사는 지식 창조를 위해 클러스터 글로벌화를 최우선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푸드 밸리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걸쳐 있는 와레순 등 유럽 클러스터는 물론 일본 삿포로 생명공학 클러스터, 말레이시아 등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는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주요 식품 클러스터가 참여하는 `푸드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유럽(Food Innovation Network Europe)`을 결성했다고 호셀 이사는 설명했다.

호셀 이사는 "푸드 밸리 글로벌화는 작은 회사들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들과 달리 작은 회사들은 외국에서 지식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기획취재팀=도쿄 = 정혁훈 차장 / 와게닝겐ㆍ엔크하위젠(네덜란드) = 김인수 기자 / 신헌철 기자 / 최승진 기자]
시드밸리도 효자…글로벌기업·중견기업·정부 손발 `척척`
종자값 금보다 비싸…개수 세서 팔 정도

◆ 첨단농업 현장을 가다 / ② 네덜란드 농식품 클러스터 ◆

네덜란드 농업의 강점은 강력한 종자산업이다. 씨앗부터 경쟁자보다 뛰어나다는 얘기다. 마르셀 클라센 플로라 홀란트 상무는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강점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육종가들이 뛰어나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네덜란드는 종자기업들이 네덜란드 북서 지방에 몰려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종자를 뜻하는 `시드(seed)`라는 말을 붙여 `시드 밸리`라고 불린다. 글로벌 기업과 중견 기업, 정부 기관이 서로 협력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신젠타는 세계 3대 종자기업 중 하나다. 세계 토마토 종자 7개 중 1개는 신젠타 종자다. 본사는 스위스에 있지만 채소 종자는 네덜란드 엔크하위젠이 중심이다. 네덜란드가 유럽 내 채소ㆍ원예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고 블로엠호프 매니저를 따라 종자 패키징ㆍ저장 시설에 들어갔다. 특이한 점은 철저하게 종자 개수를 세서 포장한다는 것. 마고 매니저는 "종자는 금보다 비싼 것도 많아 무게 단위로 포장하면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포에 500개 종자가 들어가야 한다면 정확히 500개만 넣는다"고 말했다.

이곳 종자 저장시설은 우스갯소리로 `황금 창고(gold store)`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종자가 비싸다는 뜻이다.

종자 개발은 큰돈이 들고 위험도 따른다. 종자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고객 수요는 금세 변하기 때문이다.

종자기업이 몰려 클러스터를 이룬 `시드밸리` 입주기업인 `데커`가 유리온실에서 국화를 생산하고 있다.
신젠타는 R&D에 한 해 1조2000억원을 쓴다. 한국 정부가 농업 R&D에 책정한 예산 7200억원보다도 많다. 마이클 케스터 신젠타 이사는 "미래 수요에 맞춘 새로운 종자 파이프라인 구축이 신젠타의 강점"이라며 "이를 위해 많은 돈을 R&D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한 중견 종자회사들은 한 분야에 집중하기도 한다.

데커는 국화 종자에 특화한 회사다. 100여 종에 이르는 국화 변종 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35개국에 수출한다. 데커가 최근 개발한 `메디바` 국화는 한 줄기에 40~50송이나 열린다. 일반 국화보다 4배나 많다. 꽃 크기는 직경 22㎜로 일반 꽃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데커는 중견 회사지만 글로벌 회사다. 날씨가 좋고 인건비가 저렴한 볼리비아와 탄자니아 등 남미와 아프리카에 번식시설을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 농업에서 글로벌화는 중견 회사에도 필수로 통한다.

낙타윈바우는 기업들이 개발한 종자가 실제로 새로운 종자인지 판별하는 정부 기관이다. 또 수출하는 화훼의 안전성도 테스트한다. 젬 반 루이튼 낙타윈바우 이사는 "수입국 검역기관 전문가들이 낙타윈바우를 방문하면 네덜란드 화훼의 안전성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도쿄 = 정혁훈 차장 / 와게닝겐ㆍ엔크하위젠(네덜란드) = 김인수 기자 / 신헌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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