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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노벨경제학상 수상 에릭 매스킨 특별강연(어제다녀온 곳)

d푸른하늘b 2008. 10. 16. 23:25
2007 노벨경제학상 수상 에릭 매스킨 특별강연
`종이호랑이` IMF에 힘실어줘 금융위기 재발 막는게 효율적

◆세계지식포럼◆

"국제기구가 성공하려면 각국이 절대적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으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 미국 프린스턴대 고등연구소 교수가 16일 세계지식포럼에서 새로운 국제기구의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국제사회 리더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을 확대 재편하자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매스킨 교수는 우선 "금융위기에 대응할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라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등 중대한 결정을 단 며칠 만에 내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전 세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며 "IMF에 보다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스킨 교수는 "새 국제기구를 만든다면 참여국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최대한 위임해서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경우 회원국들이 찬반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정책 수립에 힘이 드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독립성 덕분에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IMF도 각국이 총재를 교체할 수는 있겠지만 개별 정책에 대한 거부권은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엔보다는 나은 체제라는 설명이다.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갖춰야 할 속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반드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정부나 국제기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개입할지 미리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더 나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상할 때 반드시 적절한 규제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매스킨 교수는 새 메커니즘이 규제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는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대출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그러나 규제가 부족해서 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나친 규제에 나서는 것은 잘못이며 균형을 갖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정책 필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각국은 세금 감면을 통해 총수요를 늘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계층에 상관없이 세금을 줄여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유층은 세금 감면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더 늘리기보다 저축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수만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중산층 이하 계층에 한해 세금을 줄이고 부유층 세율은 오히려 올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감세정책이 더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매스킨 교수는 지난 14일 장대환 매일경제신문사 회장과 좌담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난받을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날도 "벤 버냉키 현 의장이 위기를 감지하고 조치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위기가 똑같이 닥쳤을 것"이라며 그린스펀의 주요 책임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린스펀이 FRB 의장 자리를 버냉키 의장에게 넘겨준 후인 지난해 세계지식포럼에서 "세계 곳곳에 거품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해도 재임기간에 위기를 알고도 방치했다면 그린스펀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렸다.

버냉키의 경우 취임하자마자 버블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핵심 책임자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헌철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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