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편지에서 드러난 조선시대 한문식 표기 | |||||||||
호로자식 - 胡種子, 껄껄 - 呵呵, 모쪼록 - 某條 `욕 한사발(一鉢辱說)` `건더기(好滓料)`등 비속어를 한자로 `한 귀로 흘리다(一耳流)` `꽁무니 빼다(拔尻)` 등 속담식 표기도 전문가들 "정조만의 거친 표현이라기보다는 당시 흔히 쓰던 일상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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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공개된 정조의 비밀 어찰(御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조와 노론 벽파ㆍ심환지와의 관계, 편지를 통해서 드러난 그의 성격과 통치술 등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학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편지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한문 표현`들이다.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299통 중 3건을 제외하면 모두 정조의 친필이다. 그런데 편지에 등장하는 문장들은 정제된 한문체와는 거리가 멀다. 시간에 쫓기면서 쓴 탓인지 마치 옆에 사람을 두고 말하는 듯 우리말을 그대로 한문으로 옮긴 문체가 특징이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속어 어휘를 한자로 바꿔 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참으로 호로자식(胡種子)이라 하겠으니, 안타까운 일이다"거나 "혹시 생각해 둔 좋은 건더기(好滓料)가 있는가?" "나의 지시로 좌의정이 욕을 한 사발(一鉢辱說)이나 먹게 만들었으니"와 같이 왕이 쓸 법하지 않은 속어가 곧잘 나오는 것. 정조는 또 적절하게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속담식 표현`도 많이 사용했다. `주둥아리를 놀리다(乃敢鼓吻耶)` `볼기를 까고 주먹으로 맞는 격(露尻受拳)` `눈코 뜰 새 없다(眼鼻莫開)` `한 귀로 흘리다(一耳流)` `꽁무니 빼다(拔尻)` `누울 자리 보다(占臥)` `마누라 장의(抹樓下長衣)` `입에 맞는 떡(適口之餠)` `냉수 중의 냉수(冷水之冷水)` 등의 표현을 활용해 그만의 유머와 해학을 드러낸다. `지즐우(仍于ㆍ때문에)`라는 이두나 `모쪼록(모조ㆍ某條)` `좌우간(左右看)`같이 우리말을 한자로 직역한 듯한 표현도 흔하다. 심지어 `뒤죽박죽` `만조(얼굴이나 모습이 초라하고 잔망한)` 같은 한글 어휘가 그대로 편지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줄 목적으로 `껄껄(呵呵) 같은 의성어도 자주 사용했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 용어와 다름없는 표현을 어찰에 썼던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발견된 편지들이 정치적 내용을 다룬 것임에도 정조의 인간적 면모를 비교적 잘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쓸 때는 자신의 속내와 말투를 숨기고 없앨 여유가 없이 그대로 터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정조의 어찰에는 그가 썼던 말투가 그대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다고 정조의 어투가 다른 왕들과 비교해 거칠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당시 궁궐에서 임금도 이런 단어를 흔하게 썼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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