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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교수 "경기회복 신호 착시일 수도"

d푸른하늘b 2009. 10. 13. 02:38

크루그먼교수 "경기회복 신호 착시일 수도"

 

세계지식포럼 연사 크루그먼교수 매경 인터뷰…세계지식포럼 13일부터 강연 시작
"FRB 긴축 선회하면 나는 매우 화가 날 것"

"최근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 세계적인 재고 조정 효과 때문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재고를 채워 넣는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경기부양 조치 강도가 약화되면 더블딥(double dip) 시나리오가 실질적인 가능성(real possibility)으로 다가올 것이다."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0회 세계지식포럼(10월 13~15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ㆍ사진)가 내놓은 글로벌 경제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존에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비관론자들이 속속 낙관론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참여하는 크루그먼 교수는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세계지식포럼 둘째 날인 14일 `2010년 세계 경제`를 주제로 통찰력을 제시할 크루그먼 교수는 방한에 앞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자유낙하 끝자락에 선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존의 비관론을 폐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크루그먼 교수는 "경기 회복 조짐이 엿보이긴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지속적인 활황세를 보일 것이란 신호를 찾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의 경기 회복 신호가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이 재고를 급격하게 줄였다가 다시 재고를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재고 조정 효과 때문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경기부양 조치 강도가 약화되면 더블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더블딥이 발생하더라도) 심각한 경기침체라기보다는 성장이 정체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해 과도한 비관론에서는 한발짝 물러섰다.

그는 "아무리 일러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말이 되기 전에 통화정책 방향을 기존 양적 완화에서 긴축으로 수정한다면 나는 매우 놀랄 것, 아니 화가 날 것"이라며 "FRB가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더라도 그 시점은 내년 말 혹은 그 이후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빠질 만큼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여 있다. 또 기업들의 공급 능력이 남아도는 등 초과 공급 능력이 여전하다"며 "왜 이 시점에서 긴축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될 당시 이로 인해 수출 의존적인 한국 등 아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은 내구재 수출국으로 글로벌 위기 발생 초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재고 조정 과정에서 (수출이 살아나는)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충고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현재 경기 회복 상황이 지속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몇 달 전처럼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상태도 아니다"고 경고했다. 상대적인 수출 호조로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는 크루그먼 교수는 기축통화인 달러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약달러는 이제 새롭게 나타난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발생 전에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이 달러 가치를 어느 정도 유지해 줬지만 이제 미국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달러 가치는 추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분기 이후 이어진 글로벌 증시 상승 배경과 관련해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 증시의 디스카운트를 초래한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가 지난 1분기 중 마무리됐고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불황(depression)이 재현될 위험성도 줄어들면서 증시가 오름세를 탈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시가 움직이는 방향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며 "현재 증시에 거품이 끼어 있을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그렇다고 말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월가 투자은행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로 그는 금융사들의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투기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금융사들의 적정 자본율 수준을 끌어올리고 임직원 보상체계를 혁신하는 등 보다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기 후 신세계 질서 구축 과정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G20가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하나의 중심 포럼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실망감을 줬던 G7보다 더 효율적인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보호주의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보호주의에 대한 불안감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1953년 출생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1977년 24세 나이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예일대, 스탠퍼드대, MIT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린스턴대 교수로 있다. 1991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메달 수상 후 17년 만인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 13일 마이클 포터ㆍ스티븐 로치 특별강연등록 서두르세요

(02)2000-2412, 2446 (02)6245-6339

[박봉권 기자 / 장용승 기자 / 김규식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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