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받는 경제학 - 새 해법을 찾는다 2부 ③ ◆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금융개혁법(일명 도드-프랭크 법안) 때문에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발효된 이 법은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 급여를 상당히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는 지난 21일 "주주자본주의가 좋은 경영진을 몰아낼 수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논란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이 장기적 성장보다는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 차익과 전문경영인의 `몸값 높이기`에 연연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미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은 주주자본주의가 낳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일각에서는 투기성 금융 자본이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기업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주주자본주의의 폐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세 차익을 챙기려는 금융 투기 세력이 단물만 빼먹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독일처럼 금융이 제조업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금융 활성화로 산업을 지배하는 형태를 띤 미국이나 영국은 금융위기 후 장기적 경제성장에 한계를 갖는 주주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자본주의 논리는 겉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1주 1의결권` 원칙을 강조해 소액주주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주지시켜 전문경영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유인도 막는다.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은 자유주의 경제론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계승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업마다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할 때 사회 전체 이익도 극대화한다고 본다. 주주 이익은 바로 주식시장에서 주가로 표현되고, 기업 가치 극대화(주가 부양)를 위해선 적대적 인수ㆍ합병(M&A)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현재 주주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단기 이익에는 충실하지만 장기적 안목의 투자에는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주들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도 설비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명분으로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논란은 2008년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이 장기적 성장보다는 주가 부양에 따른 시세 차익과 전문경영인의 `몸값 높이기`에 연연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미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은 주주자본주의가 낳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일각에서는 투기성 금융 자본이 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기업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주주자본주의의 폐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세 차익을 챙기려는 금융 투기 세력이 단물만 빼먹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독일처럼 금융이 제조업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금융 활성화로 산업을 지배하는 형태를 띤 미국이나 영국은 금융위기 후 장기적 경제성장에 한계를 갖는 주주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자본주의 논리는 겉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1주 1의결권` 원칙을 강조해 소액주주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주지시켜 전문경영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유인도 막는다.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은 자유주의 경제론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계승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업마다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할 때 사회 전체 이익도 극대화한다고 본다. 주주 이익은 바로 주식시장에서 주가로 표현되고, 기업 가치 극대화(주가 부양)를 위해선 적대적 인수ㆍ합병(M&A)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현재 주주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단기 이익에는 충실하지만 장기적 안목의 투자에는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주들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면서도 설비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2008년과 올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한 포스코가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관을 맞은 것도 주주자본주의의 피해 사례로 거론된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안정적인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공급과 플랜트, 풍력 등 사업 다각화를 꾀했지만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외국인 주주들은 불투명한 조선 시황을 내세워 `무슨 투자를 하느냐`는 논리지만 포스코의 앞날보다 당장 실현될 이익에 민감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 지분이 50%를 넘는 상장사는 포스코 GS건설 NHN 삼성화재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KT&G 등 8곳에 이른다. 한국 기업도 외국인 주주들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3~2004년 소버린 사태로 주주자본주의에 크게 덴 적이 있다. 소버린은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주가가 떨어진 SK(주) 주식을 매집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해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남기고 떠나려는 헤지펀드였다. 소버린은 SK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2년여 만에 1조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뒤 한국을 떠났다.
그렇다면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행동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은 불완전한 곳으로 주주들의 선호도 획일적이지 않다.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관심을 갖는 주주도 있고, 배당 대신 의결권에 만족하는 주주가 있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전문경영인의 행동 원리도 단순히 사익이라는 부정적 관점에서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포이즌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주주를 고객, 근로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간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 기업인 프록터&갬블(P&G)이다. 이 회사 사규는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고 주주 가치는 이에 수반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P&G 이사회는 전문경영인에게 단기 실적에 연동한 보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기 보상을 강화하면 진정한 성장보다는 주가 관리에 힘쓴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클 젠슨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를 맞아 단기 성과에 천착해 온 기존 입장을 바꿨다. 그는 "회사 경영진은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월스트리트`의 압력을 거절하고, 편협한 단기 주가 대신에 여러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호 기자 / 신현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보유 지분이 50%를 넘는 상장사는 포스코 GS건설 NHN 삼성화재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KT&G 등 8곳에 이른다. 한국 기업도 외국인 주주들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3~2004년 소버린 사태로 주주자본주의에 크게 덴 적이 있다. 소버린은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주가가 떨어진 SK(주) 주식을 매집하면서 경영진을 압박해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남기고 떠나려는 헤지펀드였다. 소버린은 SK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2년여 만에 1조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뒤 한국을 떠났다.
그렇다면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행동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은 불완전한 곳으로 주주들의 선호도 획일적이지 않다.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관심을 갖는 주주도 있고, 배당 대신 의결권에 만족하는 주주가 있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전문경영인의 행동 원리도 단순히 사익이라는 부정적 관점에서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포이즌필` 도입 등 경영권 방어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주주를 고객, 근로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간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 기업인 프록터&갬블(P&G)이다. 이 회사 사규는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고 주주 가치는 이에 수반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P&G 이사회는 전문경영인에게 단기 실적에 연동한 보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기 보상을 강화하면 진정한 성장보다는 주가 관리에 힘쓴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클 젠슨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를 맞아 단기 성과에 천착해 온 기존 입장을 바꿨다. 그는 "회사 경영진은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월스트리트`의 압력을 거절하고, 편협한 단기 주가 대신에 여러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호 기자 / 신현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일반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전받는 경제학 - 새 해법을 찾는다 2부 ④ (0) | 2010.08.27 |
---|---|
[매경 TEST] 예제 풀어보세요! (0) | 2010.08.27 |
[매경 TEST] 예제 풀어보세요 (0) | 2010.08.25 |
도전받는 경제학 - 새 해법을 찾는다 2부 / ② `보이지 않는 손`의 붕괴 (0) | 2010.08.24 |
도전받는 경제학 - 새 해법을 찾는다 2부 / ① 다시 공격받는 케인시안 (0) | 2010.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