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용어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d푸른하늘b 2009. 2. 12. 10:59

금융위기는 시장실패 아닌 규제실패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자생적 市場 강조한 신자유주의 창시자…영원한 맞수 케인스와 세기를 넘는 논쟁

◆ 경제학의 도전과 응전 / ④ 新자유주의자 ◆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는 궁지에 몰렸다.

금융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금융회사 탐욕으로 이어져 시장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에크가 이 시대에 살아 있다면 신자유주의에 쏟아지는 맹비난에 대해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클린턴 정부 때 저소득층에 대한 과도한 주택지원제도가 부동산 시장 붐을 야기했고 이것이 금융위기의 시초라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주장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부 개입으로 저소득층은 물론 은행과 증권회사들에 공짜 점심파티를 하며 위기가 발생한 것"이라며 "하이에크였다면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였다고 반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을 신봉한 하이에크

= `시장의, 시장에 의한, 시장을 위한 하이에크 신자유주의 경제학.`

시장을 통한 `자생적 질서`를 강조한 하이에크는 애덤 스미스 이후 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정립한 신자유주의자 창시자로 추앙받는다. 하이에크는 시장의 가격 시스템을 신봉한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단위인 `개인`은 제한된 지식만을 가지고 불완전한 판단을 하는 존재다. 이런 개개인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을 하이에크는 `가격 시스템`이라고 봤다.

하이에크는 경제활동을 `카탈락시(catallaxy)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 지식과 목적은 다 다르지만 누구든 시장이라는 게임 룰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의 평등을 주어야 하고 공정한 게임의 결과는 개개인 운과 기량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 메커니즘이 원활히 기능하도록 보장해주고, 치안ㆍ국방 등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이에크의 이 같은 신자유주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통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하이에크 `자유헌정론(The Constitution of Liberty)` `예종의 길(The Road to Serfdom)`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가 믿는 것이 여기에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이에크 맹점은 하지만 시장 실패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 자율화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신자유주의`가 뭇매를 맞고 케인스주의가 다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좌 원장은 "하이에크는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했을 뿐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시장의 불안정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케인스와 하이에크, 끝없는 승부

= 20세기 경제학은 케인스와 하이에크 대결로 점철된다.

당시 실물 부문 분석에만 치중했던 다른 경제학자들과 달리 이 두 사람은 현실경제를 화폐경제와 접목시키는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학문적인 시작은 같았으나 두 사람은 정반대 길을 걷는다.

1930년 대공황 이후 케인스학파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하이에크를 위시한 신자유주의 학파가 대반격을 시작한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인해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자본주의가 흔들리면서 당시를 지배하던 케인스 이론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당시 하이에크 처방전으로 완전고용정책 폐기, 노사관계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을 내놓는다.

하지만 금융 자율화를 등에 업은 금융회사 탐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하면서 시장 자유를 중요시하는 신자유주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정부는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하이에크가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Friedrich A. von Hayek (1899~1992)

오스트리아 빈의 유복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하이에크는 빈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학 심리학 법학 등 광범위한 학문 세계를 이룩했다.

저서만 해도 17여 권,논문은 140여 편에 달하는 방대한 업적을 남겼다.

자유방임 원칙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고 시장 질서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 하이에크는 신자유주의 이념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다. 하이에크의 매력은 뛰어난 논리성에 있었다.

하이에크와 평생 동지이자 맞수였던 케인스가 그를 `논리기계`로 표현했을 정도로 그는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나갔다.

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하이에크의 유명한 저서로는 `법, 입법, 자유` `자유헌정론`등이 있다.

■ 말ㆍ말ㆍ말

―인간은 아주 비합리적이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존재다. 각 오류는 사회적 과정 속에서만 정정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는 기업 활동 자유가 있다. 자본주의는 이 기업 활동 자유를 통해 일자리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었다.

―오늘날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은 유감스럽게도 전적으로 케인스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경제학자들에게 있다.

우리는 케인스의 경제학적 귀결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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