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용어

밀턴 프리드먼

d푸른하늘b 2009. 2. 12. 11:00

재정확대 통한 부양책 중장기적 효과 불투명
밀턴 프리드먼

◆ 경제학의 도전과 응전 / ④ 新자유주의자 ◆

"여론이 그나마 자유주의에 호의적으로 변한 것은… 정부 역할 `폭증` 때문이었다." 수렁에 빠졌던 시장주의를 현대에 되살린 밀턴 프리드먼이 2002년판 `자본주의와 자유` 서문에서 한 말이다.

그는 케인스에 쏠렸던 경제학계를 시장 메커니즘과 유동성(통화량)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수십 년이 걸린 이 작업에서 그는 과도한 시장 개입을 경계하고, 정부 기능 축소를 주장했다. 금융위기 주범인 신자유주의 역시 어찌보면 그의 유산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프리드먼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시장 개입과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염려 역시 커진 까닭이다.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시장에 더 풀었을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1950년대 정부 지출의 승수효과를 통해 대공황 밑바닥에서 미국을 끌어낸 케인스에 대한 찬사는 거의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Now, we are all keynesian!!)"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에 대한 지지는 대단했다. 그러나 밀턴 프리드먼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른바 `정부 지출의 승수효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지출 확대는 곧 민간 부문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실질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이를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부른다.

실제로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점은 계량모델을 만들어 본 결과 정부가 지출을 10억달러 늘렸을 때 첫해에는 영향이 미미하고, 이듬해부터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케인스 이론에 가까운 데이터 리소시스 모형에서도 지출 확대 첫해 승수효과는 약 1.6배로 나타났지만 이듬해부터는 꾸준히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도 통용되는 `재정 확대로 경제 살리기`에 따른 중장기 효과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대신 프리드먼은 통화 유통 속도가 일정한 것을 가정하면서 중요한 것은 정부 재정정책이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관리라고 역설했다.

프리드먼은 `화폐수량설`을 되살렸다. 그리고 통화량 감소가 대공황을 불러온 직접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통계수치로 논증해냈다. 실제로 1929년에서 1933년 사이 달러 통화량은 3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앙정부-재정 지출 대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통화량의 중요성을 재부각시킨 프리드먼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시장 개입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프리드먼은 경기를 결정하는 요소로 통화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중앙은행이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해 시중에 돈을 푸는 `시차` 때문에 오히려 인플레이션만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68년 FRB 통화량 확대는 경기회복기에 인플레이션만 가져왔고, 1974년 통화량 축소는 1975년 불황을 불러오는 원인이 됐다.

시장 메커니즘을 골수까지 신뢰한 프리드먼은 교육이나 복지, 연금, 면허제도 등도 시장 친화적인 해법에 따를 것을 권고했다. 시장주의에 천착해 만들어낸 그의 아이디어는 지금도 푸드쿠폰, 유가환급금, 근로장려금(EITC)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각국이 경제정책 수단으로 원용하고 있다.

▶▶ Milton Fridman (1912 ~ 2006년)

"그는 주류에 동참한 적이 없고, 주류가 그에게 동참했던 것이다."

로버트 새뮤얼슨 말을 빌리지 않아도 밀턴 프리드먼이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임은 자명하다.

1912년 7월 13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한 그는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77년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자유방임주의와 시장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한 공로로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2006년 11월 사망할 때까지 활발한 학문활동을 전개했다.

그가 현대경제학에 끼친 공로는 한 손에 꼽기 힘들다.

대공황의 진정한 원인이 통화량 급감에 있었다는 것을 논증했고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혀 통화와 인플레이션을 보는 시각에 혁신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대경제학을 `합(合)`이라고 볼 때 케인스는 `정(正)`, 밀턴 프리드먼을 `반(反)`으로 놓아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 말ㆍ말ㆍ말

―오직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자유기업경제를 위해 필수적인 통화제도는 안정적인 동시에 정부의 무책임한 간섭에서 자유로운 준칙을 가져야 한다.

[김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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