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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상처났지만 지나친 규제 안된다

d푸른하늘b 2009. 3. 25. 10:25

신자유주의 상처났지만 지나친 규제 안된다
美 저명 거시경제학자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美 車빅3, 한국ㆍ일본보다 경쟁력 떨어져…정부가 당장 지원해도 결국엔 파산할 것

◆ 매일경제 창간 43주년 특별기획 ◆

지난해에는 대공황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이 무너지고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신자유주의도 타격을 받았다.미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완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않고 있는 가운데 세계인의 관심은 월가와 세계 경제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리적 기대가설로 유명한 미국의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토마스 사전트(Thomas Sargent굛66)는 이와관련 금융위기의 원인은 지나친 규제완화 때문이었다면서 미국 경제활동에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의 개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킨 사전트 교수는 세계 경제가 대공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미 자동차 3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없다면서 파산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이들을 지원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자문교수를 맡고 있는 사전트 교수는 한국에 대해서도 정부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나친 규제를 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 2008년에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등 월가가 붕괴됐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가의 비즈니스가 완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운영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를 통한 사업은 사라질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을 주창해온 신자유주의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신자유주의는 상처를 받게 될이다. 일단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함께 무역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좋지 않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맞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생각은

 ▶오바마 당선자는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현재 상황을 잘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바마가 당선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가장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중 하나는 시장의 규제를 너무 많이 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보다 더 낳은 규제 구조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실세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이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금융시장 시장 매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자금 수요가 넘치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금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려 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자금을 보유하려 할 뿐이다. 이는 1930년대에도 일어난 현상이다

 -신용경색을 해소할 방안은 없는가

 ▶미 연준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신용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대책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모든 정책은 집값을 비롯한 자산가치의 추가 하락 여부에 달려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연준이 시장에서 직접 장기채와 모기지 증권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노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그럴것이다. 대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민간 은행이 해야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중앙은행도 시장에서 채권을 직접 사야 하나

 ▶모든 중앙은행들은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내가 영국 중앙은행이라면 미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미국은행이 더 많이 살수록 영국 은행의 문제는 적어진다. 이는 국제간 공조 문제다. 모든 중앙은행들이 함께 모여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국제 중앙은행간 공조활동이 잘되고 있다고 보는가

 ▶국제간 공조는 그들이 해야 하는 것보다는 잘 되지 못했다고 본다. 각 중앙은행은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공조를 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들은 국내 정치구조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연준이 항상 미 의회의 눈치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 연준이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공급하자 일각에서는 신용경색 수습이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먼저 걱정해야할 시기다.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우선 많은 양의 돈을 공급해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 연준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대출을 하고 개인들에게 담보대출을 해줌으로써 신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해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연준은 신속하게 보유중인 담보대출을 내다 팔아야 한다. 통화공급을 축소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적절한 시기에 통화공급을 줄이면서 인플레이션을 막도록 해야 한다.

 -오마바 행정부가 7000억달러 넘는 경기부양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은 보다 많은 사회간접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도로와 교량, 공항이 필요하다. 미국 공항과 서울 공항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저개발 국가 수준이다. 이런측면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연준이 개입할 경우 경제적인 자원 배분보다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오마바 행정부가 준비하는 경기부양책은 약간은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지출 증가는 곧 미 정부의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과도한 부채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정부의 부채를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정부의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준이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매입하는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 연준의 모기지 담보 증권 매입은 나중에 이를 매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정부의 지출 증가는 미래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부채 증가로 남게 된다.

 -과도한 대외 부채로 인해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없는가

 ▶어떤 시점(at some point)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것이다. 어떤 국가도 부채를 대폭 늘리면서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를 경험했다.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단계에까지 갈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미국이 파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매우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3사에 대한 구제문제가 주요 잇슈로 등장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보면 구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강성 노동조합들은 임금과 복지를 높였다. 이는 회사 경쟁력을 훼손시켰다. 자동차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을 해준다면 미국의 자원을 자동차 노조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이들을 구제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하게 되면 실업률이 올라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런 점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빅3`가 파산한다고 해서 이들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파산하게 되면 채권자와 근로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하지만 자동차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항공사들도 파산신청후 영업을 계속했다. 현재 근론자 모두가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빅3`를 살려준다해도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면 이들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 자동차 회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다. 그들은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제대로된 자동차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본과 한국차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면에서도 그렇다. 15년전에는 한국차들이 별로 였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 한국차들은 경쟁력이 있다. 품질면에서는 일본차에 비해 손색이 없다. 가격은 일본차보다 싸다. 아직까지는 일본차를 많이 사고 있지만 앞으로 달라질 것이다. 주변 친구들도 한국차 사는 사람 늘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할 가치가 없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를 대표하는 주요 산업이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시장원리다. 컴퓨터 회사를 봐라. IBM은 더이상 미국에서 컴퓨터를 만들지 않는다. 디자인과 설계는 미국에서 할 지 몰라도 중국에서 만든다. 자동차라고 해서 반드시 미국인에서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2009년이 지난해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미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2009년은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경기침체가 이전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근래들어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붕괴된적이 없다. 미국이 대공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기침체는 깊고 오래갈 것 같다. 다만 정부의 재정정책과 의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침체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2009년말께나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세계 경제 역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나

 ▶그렇다. 매우 어려울 것이다. 어떤 경제도 과거처럼 성장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경제가 잘 버틸 것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는 주택경기 침체에서 시작됐다. 새해들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

 ▶사람들은 주택경기가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닥이 가깝지 않았다.사람들이 주택구입을 미루고 있다. 현재 집을 사는 것은 어리섞은 짓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택경기는 당분간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15~20%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집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주택경기는 2010년이나 2011년경에나 회복될 것 같다.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있는데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는가

 ▶2009년 미 경제의 최대 도전 과제가 신용경색 해소다. 신용경색은 당분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보다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잃고 있다. 지금은 헤지펀드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맞서 다양한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정부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구조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다보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장은 결국 다시 회복될 것이다. 회복됐을 때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규제하게되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원달러 환율 변동이 심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나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물가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유지한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재무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

▷He is…

토머스 사전트 교수는 1970년대 이후 경제학계를 지배해온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킨 거시경제학자로 유명하다. 사전트 교수는 1970년대 초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합리적 기대가설을 거시경제학의 주요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고 있고 2008년에도 유력한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명됐다.

사전트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네소타대, 시카고대, 스탠퍼드대에서 활동하다 2002년부터 뉴욕대에 재직 중이다. 그는 2007년에는 전미경제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미국 경제학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그는 베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주립대(UC) 버클리 교수와 함께 한국은행의 자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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